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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F코드 이야기 - 우울에 불안, 약간의 강박과 살아가고 있습니다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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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F코드 이야기 - 우울에 불안, 약간의 강박과 살아가고 있습니다

심심

이하늬 (지은이)

2020-10-15

대출가능 (보유:2, 대출:0)

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우울증과 조울증, 그 힘든 길을 먼저 걸었던 사람으로서 고행길의 초입에서 혼란스러울 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하고 실질적인 조언. _김지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팟캐스트 <뇌부자들> 진행 《어쩌다 정신과 의사》 저자

“나는 F코드가 여러 개다. F32 우울병 에피소드, F42 강박장애….
정신과에서 주는 F코드들을 얻고 나서 내 삶은 아주 많이 바뀌었다.”
우울에 불안, 약간의 강박과 살아가는 보통 삶에 대한 이야기

각 질병에는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질병분류기호가 있다. 암은 C, 감염성 질환은 B, 신경계통 질환은 G로 시작한다. 정신과 질환에는 F로 시작하는 분류기호를 부여한다. 다른 질병기호와 달리 F코드는 1995년 정신보건법 제정 이후 오랫동안 당사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정신과 진료 이력이 민간보험 가입이나 취업을 가로막는 사회적인 ‘낙인’으로 작용해왔기 때문이다. 정신 질환에 관한 부정적인 편견을 없애기 위해 정신과라는 이름을 정신건강의학과로 바꾸고, 경증 우울증을 F코드에서 제외하고, 정신과 상담만 받을 경우에는 Z코드를 쓸 수 있게 하는 등 제도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정신 질환을 내과나 외과 질환 같은 ‘병’으로 인식하는 정도는 매우 낮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하는 <정신질환실태역학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네 명 중 한 명꼴로 평생 한 번 이상의 정신질환을 겪는다. 최근 몇 년 사이, 정신 질환은 누구나 겪을 수 있고 적절한 치료를 통해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정신과는 어떤 병원보다 문턱이 높고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는 것을 알리는 일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정신과에 다닌다는 것은 회사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사람들의 편견에 고통받을 수도, 민간보험 가입을 거절당할 수도, 결혼할 때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걱정과 두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이다.
《나의 F코드 이야기(심심 刊)》에는 편견으로 얼룩진 단어 F코드가 당당히 등장한다. F41.2 혼합형 불안 및 우울장애, F32 우울병 에피소드, F42 강박장애, F313 양극성 정동장애 등 평범한 직장인인 저자 이하늬의 F코드는 지난 4년 동안 계속 쌓여 갔다. 그리고 그의 삶은 아주 많이 달라졌다. 머뭇거리며 찾아간 정신과에서 처음 F코드를 받아 들었던 그는 ‘망했다’라는 생각과 함께 1년 정도면 자신의 우울증이 완전히 나을 거라는 기대를 품었다. 특별한 사건 없이 ‘어쩌다 덜컥’ 우울증에 걸린 거니까.
몇 개월 사이 급격히 지칠대로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완치에 대한 희망으로 꼬박꼬박 정신과 약을 먹고 열심히 심리치료를 했다. 운동도 하고 여행도 하고 우울증에 도움이 될 만한 책도 많이 읽었다. 그렇게 4년을 보냈지만 그는 여전히 우울증과 살아가고 있다. 처음 생각과 달리 우울증은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저자는 ‘생존을 위해’, ‘좀 덜 힘들게 살기 위해’ 자신이 갖고 있는 여러 F코드를 당당히 밝힌다.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 질환은 분명 힘들고 삶을 위태롭게 하는 ‘무서운 질병’이지만 비염, 고혈압처럼 ‘치료하고 관리하며 살아갈 수 있는 질병’이라고 자신의 경험과 전문가 의견에 근거해 분명히 이야기한다. 그리고 정신과 진료, 약물 치료, 심리치료 같이 우울증 환자가 궁금해 하는 이야기부터 인간관계, 연애, 직장 생활 등 평범한 일상에 우울증이 미치는 영향까지, ‘덜 우울하고, 덜 아픈 나’로 사는 법을 차근히 들려준다. 깊고 깊은 우울 속에서 처연하게 고통을 기록하는 일에서 벗어나 자신의 병을 알아차리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관리하는 과정을 담백하게 보여주는 이 책은 우울증과 함께 조금 더 건강히 살아갈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을 안내하는 지도다.

“인생이 망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하나의 문이 닫히고 다른 문이 열린 것일 뿐.”
정신과 진료, 약물 치료, 심리치료부터 인간관계와 연애, 직장 생활까지
‘덜 우울하고 덜 아픈’ 나로 사는 법

열심히 밥벌이를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연애를 하고, 친구들과 만나 수다를 떠는 보통 일상을 살아가던 저자는 우울증 진단 이후 완전히 뒤바뀐 자신의 삶과 그 과정에서 느낀 여러 감정들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출근시간이 다 되었지만 도저히 침대 밖으로 나올 수 없었을 때의 무기력감, 우울증을 부정했지만 병원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지 못할까 봐 걱정했던 때의 초조감, 자신도 모르게 약에 취해 정신없이 먹다 잠들었을 때의 자괴감, 필요한 물건을 빠뜨렸을까 봐 쉽사리 현관문을 나서지 못했을 때의 불안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싶었던 때의 절망감 등 수많은 감정의 결들은 우울증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

“우울증을 부정하던 나는 우습게도 병원에서는 우울증 진단을 받지 못할까 봐 안절부절했다. (…) 우느라 걷지 못할 정도는 아닌데 병원에 와도 되는 걸까? 정말 우울증이면 이렇게 옷을 차려입을 마음도 없어야 하는 게 아닐까? 대기실에 있는 사람들이 나를 보고 뭐라고 생각할까? 의사가 내 차림새를 보고 선입견을 갖지는 않겠지? 증상을 말했는데도 오버한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아, 그러면 정말 창피한데. 남들도 다 이 정도는 힘든데 괜히 병원에 왔나? 지금이라도 나갈까?”(33~34쪽)

“저녁 약에 취했을 때,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무언가를 먹었다. 컵라면, 식빵, 삶은 계란, 김밥 등 종류를 가리지 않았다.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입에 무언가를 넣고 싶은 욕구였다. 눈이 거의 감긴 상태에서 무슨 맛인지도 모른 채 먹기 시작했고 다 먹기 전에 잠드는 일이 많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침대 주변에서 전날 밤에 먹다 남은 음식을 목격할 수 있었다.”(72쪽)

저자는 독자들을 우울의 깊은 바닥으로 끌어내리거나 애써 괜찮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불편하고 힘들지만 가끔은 괜찮은, 우울증과 함께 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처음 병원에 갔던 강렬한 기억부터 자신에게 맞는 의사를 찾기까지의 시행착오 과정, 약물에 대한 두려움(1부)은 물론, 자살 사고, 인간관계의 어려움, 우울증을 커밍아웃하는 일까지(3부), 우울증 환자라면 누구나 느끼는 불안, 답답함,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나는 약물의 효과를 꽤 봤다. 몇 달간 약을 복용하니 일상생활이 가능해졌다. 못 먹고 못 자고, 생각이 버벅거리던 발병 초기에 비해 어느 정도 에너지가 쌓인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즈음 죽고 싶다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이 세계에서 내가 뿅하고 사라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에 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죽었으면 했다.“(227쪽)

“마치 손에 쥔 모래처럼 사람들이 내 곁을 떠났다. 연인은 내 우울증이 힘들다며 그걸 핑계로 헤어지자고 통보했다. 친구는 너는 왜 맨날 바쁜 척하냐며 앞으로는 먼저 연락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
하지만 나는 슬픔을 느끼면서도 그들을 잡으려는 노력은 할 수 없었다. 다시는 먼저 연락하지 않겠다는 친구의 메시지에 나는 답하지 못했다.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할 말이 너무 많아서였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를 이해시킬 자신도, 거기 쓸 에너지도 없었다. 이렇게 살다가는 주변에 아무도 안 남겠다 싶었지만 그럼에도 관계와 관련된 모든 노력이 너무 버거웠다.“(281쪽)

책에는 그동안 자세히 공개되지 않았던 우울증 당사자의 심리치료 경험이 상세히 묘사되어 있다.(2부) 정신과 진료와 심리치료를 병행하기까지의 과정, 첫 상담을 받고 나서의 실망감,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느낀 변화, 불안과 강박을 줄이기 위한 노력 등 심리치료에 대해 궁금한 이야기들이 촘촘히 담겨 있다.

“언제 상담을 시작할 수 있을까? 의사는 내게 컵에 생긴 균열을 없애면 일상생활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이후에 컵을 튼튼하게 하는 것은 약물보다는 심리치료가 효과적이라고 했다. 금이 간 상태에서는 컵을 튼튼하게 하려고 해봤자 소용없다는 것이다.”(85쪽)

“나는 불안에 잡혀 사는 사람이었다. 불안을 다루는 방법은 물론 불안을 다룰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당연히 상담에서 ‘~할까 봐 무서워요’, ‘~할까 봐 걱정돼요’, ‘~하면 어쩌죠?’라는 말을 많이 했다. 상담을 하며 걱정과 불안 보따리를 줄줄이 풀어놓자 선생님은 불안도 다룰 수 있다며 ‘잠시 멈추기’를 제안했다. 불안한 생각이나 불안을 유발하는 행위를 ‘잠시’ 멈추는 것이다.”(113쪽)

《나의 F코드 이야기》는 우울증을 ‘완치’보다는 ‘관리’의 관점에서 바라보도록 이끈다.(4부) 우울증을 진단받은 저자는 1년이라는 숫자에 얽매였다. “1년 미만은 ‘어쩌다’ 우울증 정도로 여길 수 있지만, 1년이 넘어가면 빼도 박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고백한다. 1년이면 나을 거라고 생각했던 우울증이 계속 이어지자 그는 “우울증의 멱살이라도 잡고 흔들고” 싶을 정도로 깊은 절망에 빠졌다. 상담 선생님은 우울증은 시간에 비례해 회복되지 않는다며 그에게 물결 모양 그래프를 보여주었다. 선은 오르내렸지만 큰 흐름으로는 상승 곡선이었다. “오늘이 한 달 전보다 우울할 수 있지만 다시 올라갈 것”이라는 선생님의 말은 그를 다시 회복의 길에 들어서게 했다.

“행복은 멀리 있는 단어였지만 ‘덜 우울한 상태’는 까치발을 하고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미 1년을 넘긴 시점이어서 그 숫자를 붙잡고 있는 게 의미가 없기도 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기간보다는 이전보다 얼마나 나아졌는지를 떠올리고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생각에 초점을 맞췄다.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를 조절한 것도 도움이 됐다.”(252쪽)

“우울증이라고 다 똑같은 건 아닙니다”
다양한 모습으로 우울증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나의 F코드 이야기》에는 저자의 경험 외에도 우울증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3부)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우울증을 공개한 매우 외향적인 성격의 원영, 경조증 증상이 있지만 약물 치료보다는 자신의 상태를 세밀히 살피고 관리하는 지훈, 우울증인지도 모른 채 2년간 집에만 틀어박혀 있던 문희, 조울증으로 수차례 강제입원을 하며 세상과 단절되었던 은일, 그 외에 다양한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은 환우들의 이야기는 우울증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우울증 환자에 대한 틀에 박힌 생각을 깨트린다. 이는 우울증이 우리의 일상에 언제든 깊숙이 자리할 수 있음을, 별나거나 불운한 누군가가 겪는 안타까운 병이 아니라 ‘특별한 일 없이도 내 인생에 언제든 생길 수 있는 병’이라는 점을 환기한다.
‘이상한 사람’, ‘함께 일하기 힘든 예민한 사람’, ‘늘 슬픔에 잠겨 있는 사람’이라는 우울증 환자에 대한 고정관념은 우울증 자체를 아주 가볍게 다루거나, 꺼내서는 안 될 것처럼 여기게 했다. 저자는 “너 우울증이냐?”라는 ‘농담’과 우울증을 앓는 친구에게 안부조차 제대로 묻지 못하는 ‘경계’가 우울증을 단단히 둘러싸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울증 환자에게 우울증 같지 않다는 말, 부족한 게 없는 데 왜 우울증이냐는 말은 위로가 아니다. 이 말은 우울증의 스테레오 타입을 강화하며 그래서 당사자 입장에서는 스스로 우울증을 증명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 우울증은 특정 성격을 가진 사람만 걸리는 게 아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우울증 환자가 있다. 어쩌면 스테레오 타입에 속하는 사람이 더 적을지도 모른다.”(204쪽)

그 외에도 저자는 우울증을 앓고 있음에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우울증에 관한 정보들을 정신과 전문의를 비롯한 전문가를 인터뷰해 상세히 소개한다. 정신과를 갈 때 고려해야 할 3가지, 약물 중독 및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 심리치료의 종류 등 사소해 보이지만 중요한 정보들이 11가지 TIP으로 알기 쉽게 담겨 있다.

당신이 덜 아프게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유별난 누군가’가 아닌 ‘평범한 우리’를 위한 응원가

우울증을 진단받고 ‘내 인생은 망했다’고 생각했던 저자는 지금 자신의 병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힘들다가, 괜찮다가, 불편하다가를 반복하는 우울증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편견이 덜한 가족과 동료들, 지지해주는 친구들까지 있어서 큰 어려움 없이 자신의 병에 대해 이야기했던 그는 자신이 “그저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역시 사회적 편견을 피할 수 없었다.
직장 동료와의 갈등으로 인해 우울증이 심해지자 저자는 병가를 신청하며 상사에게 문제를 알렸다. 그러자 상사는 ‘우울증 때문에 네가 예민하게 문제를 받아들이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상황과 맥락이 아닌 개인의 ‘우울증’에 초점을 맞춘 상사의 태도에 저자는 충격을 받았다. 이어 그는 자신이 겪은 일이 조직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우울증에 걸린 노동자 개인의 문제로 귀결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회사에 공식적으로 문제 해결을 요구한다.

“몇 주 동안 고민한 끝에 나는 회사에 분리와 병가 외의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 애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일이 커질 것이고 그로 인해 힘들어질 것임을 알았다. 하지만 적어도 내 안의 의문은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이게 맞는 방향이었다. 우울증을 알리면서 생각한 것을 떠올렸다. 계속해서 말하기.”(197쪽)

저자는 이 일을 계기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덜 아프게 살아가기 위해, 그 누구에게도 미안하지 않은 사람이 되기 위해 자신의 우울증에 대해 더 열심히 말하겠다고 결심한다.(199쪽) 나약해서 우울증에 걸린 것이 아니라고, 우울증 때문에 어떤 점은 불편하지만, 어떤 점은 생각보다 괜찮다고, 우울증이어도 웃긴 것을 좋아한다고, 자책과 비난은 우울증을 더 키울 뿐이라고, 우울증도 다른 질환처럼 관리하며 살아갈 수 있는 병이라고. 그리고 그렇게 말하다 보면 언젠가 각종 정신 질환을 앓는 많은 이가 어떤 두려움도 없이 자신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이라 희망한다. 그래서 이 책은 ‘유별난 누군가’가 아닌 ‘평범한 우리’를 위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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